내년 전세계가 최저임금 인상..자영업자의 '한숨'

내년부터 미국에서 최저임금 15달러 시대가 열리는 등 전세계에서 최저임금이 동시다발적으로 오른다. 이에 자영업자들이 대공황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와 일자리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 경제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EPI)'에 따르면 뉴욕시는 오는 31일부터 최저시급을 15달러로 인상한다. 작년에는 11명 이상을 고용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만 15달러 시급을 지급토록 했는데, 내년부터는 고용인원과 상관없이 모든 사업체에 적용한다.

앤드류 쿠오모 주지사는 "뉴욕이 경제적 정의를 위한 싸움을 선도하고 있다"면서 "최저임금이 올라도 일자리가 감소한다거나 파트타임 일자리를 늘어난다는 등 부정적인 징후가 없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뉴욕주 전체에 최저임금 15달러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IT(정보기술)의 심장인 실리콘밸리는 내년에 최저시급을 16달러로 올린다. 실리콘밸리 산타클라라에 속해있는 서니베일, 마운틴뷰 등 도시들이 해당된다.

EPI에 따르면 내년 미국 20여개주와 워싱턴DC에서 나란히 최저임금을 인상한다. 이중 워싱턴DC는 내년 7월부터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까지 올린다. 이에따라 총 500만명 이상의 노동자들의 지갑이 두둑해질 것으로 보인다. EPI는 미 연방 최저임금이 2009년부터 시간당 7.25달러에 오랜기간 머물러 있으면서 현재 연방 최저시급의 가치는 10여년 전보다 17%낮으며, 1968년보다는 오히려 31%나 낮아 인상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미국 뿐만 아니라 멕시코와 터키를 비롯해 동남아시아에서도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대폭 오른다. 16일 멕시코는 내년부터 일일 최저임금을 20%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에따라 1100만명의 노동자가 영향을 받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밖에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터키와 우크라이나, 동남아에선 베트남과 태국 등도 모두 최저임금 인상에 동참한다.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오르는 데에 대해 우려와 기대의 시선이 공존한다.

뉴욕시에서는 작년에 11명 이상 고용하는 업장에 적용한 시급 15달러 제도에도 식당 등 서비스업계에 별 타격이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영세 자영업자들은 지역경기 침체와 폐업이 확장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뉴욕요식업서비스협회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올해에만 뉴욕 식당의 36%가 일자리를 줄였고, 75%의 식당은 직원의 업무시간을 줄였다면서 최저시급 15달러를 작은 업체에까지 확장하는건 너무 이르다고 주장한다. 풀서비스노동자연합은 일부 지역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는 대신 직원의 팁 수익이 사라져 근로 욕구는 떨어지고 근무 시간과 일자리가 줄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블랙박스인텔리전스 통계에 따르면 미국내 요식업 사업 매출은 지난 10월 기준 전년동월대비 0.1% 성장에 그쳤고, 식당 방문객수는 올해들어 7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해 3.2%나 하락했다.

미 통계국은 최근 제조업 노동자의 시급을 10%(약 90센트) 올릴 때마다 공장 가동시간이 7.2% 줄어들고, 고용인원 숫자도 2.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임금 상승이 결국 공장의 생산성 저하와 함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2016년 영국은 최저임금제인 법정생활임금(National Living Wage)을 도입했는데, 3년 후인 올해 영국의 실업률은 3.8%로 유럽연합(EU) 평균인 6.3%보다 낮았다.

마켓워치는 미국 각주에서 시간당 15달러에 육박하는 최저임금 인상안을 발표하고 매년 올리고 있지만, 올해 실업률이 40여년만에 최저수준이라는 점도 최저임금과 일자리 감소는 영향이 없다는 증거라고 했다. 하지만 높은 최저임금을 모든 노동자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하기 보다는 연령이나 지역, 숙련도에 따라 다르게 책정하고 점진적으로 격차를 줄여가는 등 충격을 완화할 수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