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앞으로 복지국가를 추구하더라도 서구 복지국가 모델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기본소득은 취업 노동의 대가로 사회 복지를 제공받는 고리를 끊고 복지를 무조건적 권리로 보장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은 복지 사각지대와 행정 관료주의를 제거할 수 있다.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이해 관계자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부의 재분배를 위한 정치적 압력도 커질 수 있다. 물론 기본소득이 복지국가의 유일한 제도일 수는 없다. 기본소득과 여러 복지 서비스가 최적의 조합을 이룬 새로운 한국적 복지국가 모델을 우리는 만들어야 한다. 기본소득은 모두에게 생존 가능한 출발선을 마련해주고, 거기서 각자의 노동과 기여에 대해 '더 공정하게' 보상해주자는 것이다. 

모두에게 주는 생존 조건인 기본소득은, 매우 불공평하게 재벌 대기업과 부동산 부자 그리고 지식자산기업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을 공평하게 나눔으로써 줄 수가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재원마련은 어떻게?’란 문제가 제기된다. ‘그것은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산업성장 시대의 역사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 실마리를 거기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는데 선진국프레임을 가져다 쓰면서 고속성장을 구가해 왔다. 고속성장의 이면에는 베이붐 세대라 불리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있었고 그들은 ‘산업의 성장만이 나라와 우리 민족이 잘 살 수 있는 길’이라고 굳게 믿는 구릅이었다. 뿐만 아니라 국가 정책에 따라 허리띠 졸라매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고 ‘파이를 키우면 나눌 것이 있지 않은가’라고 했던 기업들의 약속을 반신반의 하였지만 참아 받아들여 온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모두가 지금은 선진국으로 넘어가는 문턱만을 남겨놓았다는 단계에 도달해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한 걸음만 넘으면 된다? 그러나 이 한 발작은 거리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아주 먼 거리라고 현자들은 말한다. “누가 만들어놓은 시스템을 답습하는 것은 우리가 아직도 멀었다는 것을 말해 준다.”고

그러는 동안 2020년 한국의 기업들은 성장했고,(대기업 위주의 성장) 투자할 곳이 없어 사내 유보한 자금이 2020년 현재 1천 육백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반면 서민이 생활자금 명목으로 대출한 돈은 기업이 유보한 자금만큼의 액 수와 같다고 한다. 결국 사내 유보한 유휴자본이 이자소득에 기여하는 역할에 동원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기서 우리는 이면의 상황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야 할 갈림길에 있다고 봄이 옳을 것이다. 이것이 유휴자본의 습격을 받고 있는 형국이 아니길 바랄뿐이다. 이로 인해 이미 상존하는 빈부격차의 해소는 점점 미궁으로 빠져 들것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더 불가능해진다는 말이며, 일상을 사는 자본적 하층민에게서 더 이상 나올 것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유휴자본의 습격은 돌이킬 수 없는 또 하나의 넘을 수 없는 장벽을 쌓아 가는 일이다. 유휴자본이 그 사회의 이윤추구라는 형태로 기능하는 한 이미 벌어진 빈부격차 해소와 민주주의 순 기능이 자본주의의 쏠림현상으로 결론지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 그 어둡고 두려움 안에 갇혀 있는 미지의 세계와 부딪혀 임팩트한 파편(새로운 물질의 생성)으로 탄생할 것을 기대해본다. 코로나19에 휘청대는 서민생활경제의 위기에 재난기본소득이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는 여러 사람이 동의해 주었다. 그러나 재원마련의 문제에 이르면 이견이 분분하다. 자본의 속성상 어떤 위치에서건 대척점의 대상을 향해 공유라는 이유로 항상 줄을 세워왔다. 그러나 지금은 일상을 사는 자본적 하층민에게서 더 이상 나올 것이 없다는 것이 유휴자본의 고민이다.

물론 유휴자본으로 존재하는 부동산이건 사내유보금이건 간에 유휴자본의 본래 모습을 되 집어 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유휴자본이란 이익배당이 끝난 공공의 성격이 있는 자본이다. 2020년 현재 국내에 사용하지 않는 부동산과 사내유보금이라는 유휴자본으로 존재하는 4000조원이 만들어내는 이익금이 여기서 말하려는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