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외국인 숙련기능인력(E-7-4) 전환 요건을 완화하고 고용 한도(쿼터)를 확대하기로 하면서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계가 한숨을 돌리게 됐다. 업계는 여전히 현장에 인력이 부족해 고용 한도를 더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무부는 지난 25일 숙련기능인력 선발 인원을 지난해 2000명에서 올해 5000명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체류자격 전환에 필요한 근무 요건은 5년에서 4년으로 단축했다. 한 기업당 고용할 수 있는 인력도 늘렸다. 현재 숙련기능인력은 사업체 규모에 상관없이 최대 8명까지 고용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기업당 고용인원의 20% 내에서 채용할 수 있다. 뿌리산업과 농축어업, 비수도권 제조업체는 고용 한도가 30%로 늘어난다.

 2021년 7월 20일 오후 경기도 시흥시 시화공단 특수강 가공업체 굿스틸뱅크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근무를 하고 있다. /조선DB

정부는 고용허가제로 비전문취업(E-9) 비자를 발급받아 들어온 이주노동자 중 업무숙련도와 사회통합수준이 높은 근로자를 숙련기능인력으로 전환해 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숙련기능인력으로 전환되면 체류 기간에 제한이 없이 장기 체류할 수 있다.

과거에는 비전문 취업비자로 들어온 이주노동자가 숙련기능인력으로 전환되려면 본국으로 귀국한 뒤 다시 돌아와야 했다. 비전문 인력은 최대 4년 10개월까지 거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무 기간 요건이 완화되면서 비전문 인력은 본국으로 귀국하지 않더라도 숙련기능인력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됐다.

고용 가능 인력이 늘어나면서 인력 확보가 쉽지 않은 업종에서는 구인난이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가 발간하는 ‘뿌리산업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뿌리산업 부족 인력은 2만630명으로, 2021년 9936명에서 배 이상 증가했다. 기능인력은 전체 부족 인력의 74.3%를 차지하고 있다.

뿌리산업 분야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인력이 부족한 뿌리산업 분야에서는 중간관리자까지도 외국인으로 고용하는 기업이 상당히 많다”면서 “비전문인력으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를 숙련기능인력으로 전환하는 것이 쉬워지면 외국인 근로자의 장기근속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늘어난 고용 한도로도 숙련기능인력에 대한 현장수요를 해소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비전문 취업비자를 받아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근로자(산업연수생 제외)는 8만8012명이다. 이 근로자들이 모두 4년간 근로해 숙련기능인력이 될 자격을 갖춘다고 하더라도, 단 5.7%만 전환이 가능하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저출산·고령화에 맞물려 산업현장의 기능인력 부족 문제는 점점 심화하고 있다”면서 “고용허가제 쿼터를 대폭 늘리고 기업별 외국인 고용 비율도 50%로 늘려줘야 인력난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