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최대 18% 올린다는데…내 월급에서 얼마 빠져나가나 [나기자의 데이터로 세상읽기]
정부 국민연금 인상안 검토중 연금 9%서 15%로 올리면 근로자 임금 4% 하락 효과 아일랜드·미국 등 성장국가 보면 4대보험료 늘리는게 능사 아냐 지출구조부터 줄이는 개혁해야
재정계산위원회가 보건복지부에 제출할 국민연금 개혁안 보고서 최종안을 확정짓는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마지막 회의가 13일 남부지역본부에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2023.10.13 [이승환기자]
정부가 국민연금 인상안을 아직 발표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25간 유지되어온 현행 보험료율 9%를 12~18%까지 올리는 안을 검토하긴 했는데요. 과연 국민연금을 올리는게 맞는 것일까요? 한 번 따져봤습니다.
연금 15%로 올리면, 사업주 부담 10% →13%
법적으로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4대 보험료가 있습니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이 그것입니다. 국민연금은 보험료율이 현재 9%고, 건강보험은 장기요양보험과 합할 경우 보험료율이 7.99%입니다. 둘 다 사업주와 근로자가 반반씩 부담합니다.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사업규모별로 다릅니다. 근로자는 고용보험에 대해서만 임금의 0.9%를 내고 있습니다.
150인 미만 사업장이라고 가정했을 때, 계약임금 기준으로 근로자는 9.39%, 사업주는 10.60%를 4대 보험료로 부담합니다.
4대 보험료 중 앞으로 고령화로 재정이 지속되지 않을 분야는 2개 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순차적으로 해당 보험료를 올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12%, 15%, 18% 인상안이 거론됩니다. 건강보험은 아직 수면 위로 올라와있진 않지만 우선 법정상한선인 8%(장기요양보험 합할 경우 9%)까진 올라갈게 확실시 됩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건전성을 위해 건강보험료율을 10%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조언했죠.
고용노동부는 앞서 올해 상반기 노동자 1인당 평균 실질임금은 한달 355만8000원으로 지난해 대비 1.5% 하락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물가는 오르는데 임금상승폭은 이를 못따라가서 발생한 일이었죠. 당시 브리핑서 정향숙 노동부 노동시장조사과장은 “상반기 실질임금 하락은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가계부채가 소비여력을 짓누르고 있는 상황에서 실질임금마저 12년만에 감소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상황서 4대 보험료, 특히 국민연금을 큰 폭으로 올리는 것은 근로자의 실질임금을 더욱 하락시키게 됩니다. 실질임금은 줄고, 이자부담은 늘어나면서 가계의 가처분소득도 마이너스로 전환(통계청) 됐습니다. 한마디로 지금 타이밍서 4대 보험료 인상은 국민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인상안을 곧바로 발표하지 못한 것도 아마 이 때문일겁니다.
성장하는 미국·아일랜드, 우리만큼만 걷고 있어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국민연금 인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이 18%를 걷는다면서, 우리 국민연금 9%는 적다고 말합니다. 일견 타당하고 사실이 그렇습니다.
다만 18%에 수렴하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유럽 국가입니다. 최근 미국 유력지 월스트리트저널에선 “유럽이 가난해지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죠. 미국과 유럽의 실질 GDP 격차가 2000년대 이후 커지고 있다는 점, 유럽이 점점 고령화·산업 경쟁력 도태로 인해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는게 골자입니다.
근로자 기준으로 프랑스(11.3%) 독일(9.3%), 일본(9.15%) 등이 국민연금을 많이 걷고 있긴 하나, 과연 이들을 본받아야 할까요?
한 눈에 보는 연금 2021: OECD 회원국과 G20 국가의 노후소득보장제도 보고서 발췌.<OECD 대한민국 정책센터>
저성장국가인 유럽·일본모델이 아니라, 유럽 내에서도 외차유치 등으로 잘나가는 아일랜드, 그리고 미국 모델을 보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미국의 국민연금인 ‘노령유족연금 신탁기금 (OSAI·Trust Funds for Old-age and Survivors Insurance)’는 근로자와 사업주에게 각각 임금의 5.3%를 걷습니다. 우리 국민연금(근로자 사업주 각각 4.5%)과 거의 비슷합니다.
아일랜드는 사회보험료로 걷는 총 비율이 임금 대비 15.1%이고, 근로자가 4.0%, 사업주가 11.05%를 냅니다. 우리나라가 현재 근로자가 9.39%, 사업주가 10.60%, 도합 19.99%를 내는 것을 감안하면, 근로자에겐 우리 대비 절반만 걷는 셈입니다. 아일랜드 법인세는 12.5%로 우리 대비 절반이죠. 사업주·근로자 모두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있는게 아일랜드 시스템입니다.
물론 고령화 시대 진입으로 현재의 국민연금·건강보험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실제로 고령화로 인해 연금·건강보험 지출액이 대폭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선순위는 지출액을 먼저 줄이는 겁니다. 연금의 경우 소득대체율을 되려 낮추거나 혹은 물가연동제를 손봐서 지출규모를 줄일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의 경우 본인부담금을 높이고 입원횟수를 제한시키면서 지출규모를 합리적인 선에서 줄일 수 있고요.
유럽식으로 가면서 저성장·낮은 출산율로 활력없는 사회를 만들 것인가, 혹은 미국·아일랜드식으로 가면서 미래세대·일하는 사람의 부담을 줄여주고 성장사회로 갈 것인가와 관련된 기로에 놓여있는게 현실입니다.
설사 국민연금·건강보험료율 높이더라도 최소한의 폭만 올리고, 그간의 지출액 규모를 대폭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합니다. 그래야 미래세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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