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적 정의의 중요성: 정당한 절차 없는 법은 정의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한 민주주의 국가이다. 법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며, 그 실현 과정에서 '절차적 정의(procedural justice)'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절차적 정의란, 법이 적용되는 모든 과정에서 공정하고 정당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는 검사, 판사, 변호사 등 사법기관 종사자들이 법을 집행하거나 적용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요건이며, 이를 무시한 증거나 판결은 원칙적으로 무효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12조 제1항은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형사 절차에 있어서 정당한 법적 절차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아무리 명백한 증거라도 그 획득 과정에서 절차적 위법이 있었다면 증거 능력을 인정받을 수 없으며, 심지어 판결 자체의 정당성도 훼손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불법 도청이나 영장 없는 압수수색을 통해 얻은 증거는 통상적으로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다. 이는 ‘독수독과(毒樹毒果)’ 원칙에 근거한 것으로, 절차를 어긴 증거는 그 결과물까지도 부정되어야 한다는 법리이다.

절차적 정의의 중요성은 단지 형식적인 절차의 준수에 있는 것이 아니다. 정당한 절차는 국민이 사법 제도를 신뢰하고 법 앞의 평등을 실감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만약 검사나 판사,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들이 권한을 남용하거나 절차를 무시한 채 사건을 처리한다면, 그 결과는 어떤 의미에서도 ‘정의롭다’고 할 수 없다. 더 나아가 이러한 관행이 반복된다면 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무너지고, 법치주의는 형해화될 수밖에 없다.

한국 사법 체계는 이러한 절차적 정의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판 중심주의, 국민참여재판, 변호인의 조력권 보장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제도들은 모두 피의자나 피고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재판이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절차적 하자가 빈번히 발생하며, 그로 인해 억울한 판결이 내려지는 경우도 있다. 이는 사법 기관이 절차의 중요성을 단지 형식적 요건으로 여기지 않고, 실질적인 정의 실현의 수단으로 인식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절차는 단순한 법적 형식이 아니라,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적 요소이다. 검사든 판사든 변호사든 법의 절차를 무시한 채 진행된 증거나 판결은 무효이며, 이는 대한민국이 법치국가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이다. 법은 결과뿐 아니라 과정에서도 정의로워야 하며, 그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면 어떠한 결과도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는 절차적 정의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이를 더욱 철저히 구현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