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 양치기 소년

들판은 아침이면 거대한 숨을 내쉬는 것 같았다. 풀잎 위의 이슬이 햇살에 반짝이고, 바람이 부드럽게 목덜미를 스쳐 지나갔다. 소년 예수는 짧은 막대기를 손에 쥔 채 양과 염소들을 돌보며 이끌었다. 그런데 그 동물들은 그의 소유가 아니었다. 그는 집에서 물려받은 양과 염소 떼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이웃이 맡긴 양과 염소를 함께 챙겨주는 일이 익숙했다. 그래서 그의 발걸음과 목소리에 반응하는 동물들은 다양한 주인의 냄새와 습관을 품고 있었고, 그는 그 미묘한 차이까지도 읽는 법을 배웠다. 한 걸음 옮기면 떼는 파동처럼 움직였고, 그 파동은 여러 집의 규범과 요구가 얽힌 리듬을 닮아 있었다.

양과 염소를 돌보는 일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었다. 해가 떠오르는 순간부터 해가 저물 때까지, 그는 풀냄새와 털의 온도, 멀리

들판은 아침이면 거대한 숨을 내쉬는 것 같았습니다. 풀잎 위의 이슬이 햇살에 반짝였고, 바람이 부드럽게 목덜미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소년 예수는 짧은 막대기를 손에 쥔 채 양과 염소들을 이끌었습니다. 그런데 그 동물들은 그의 소유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집에서 물려받은 양 떼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이웃이 맡긴 양과 염소를 함께 챙겨주는 일에 익숙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발걸음과 목소리에 반응하는 동물들은 다양한 주인의 냄새와 습관을 품고 있었고, 그는 그 미묘한 차이까지도 읽는 법을 배웠습니다. 한 걸음 옮기면 떼는 파동처럼 움직였고, 그 파동은 여러 집의 규범과 요구가 얽힌 리듬을 닮아 있었습니다.

양과 염소를 돌보는 일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었습니다. 해가 떠오르는 순간부터 해가 저물 때까지, 그는 풀 냄새와 털의 온도, 멀리서 들려오는 매의 울음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돌에 걸려 넘어지는 양을 일으키고, 물을 찾아 멀리 걸어가며, 아픈 이의 다리를 살피는 일, 모든 것이 몸으로 익힌 책임이었습니다. 손끝으로 털을 훑으면 각 동물의 삶의 결이 느껴졌고, 그 결은 집에서 배운 규범과는 다른 리듬을 가졌습니다. 자연의 규칙은 직설적이었습니다. 배고프면 먹고, 추우면 몸을 뭉치고, 공포를 느끼면 도망쳤습니다. 사람들의 규범은 설명이 많고 이유가 많았습니다.

함께 양을 몰던 친구들 사이에는 말로 다 하지 못하는 언약이 있었습니다.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서로의 눈빛으로 일의 속도를 맞추었고, 장난은 때로 장엄한 의례보다 오래갔습니다. 이른 아침, 언덕 위에서 돌을 던지며 서로의 기술을 겨루었고, 해가 높아질 때면 나란히 누워 구름의 모양을 찾는 놀이를 했습니다. 미카는 농담을 잘하고 웃음이 컸으며, 야엘은 말이 적지만 돌멩이를 고르는 눈이 예리했습니다. 그들은 장로들이 말하는 ‘책임감’을 제각각 해석했습니다. 미카는 책임을 장난으로 분해해 가벼운 농담으로 바꾸었고, 야엘은 책임을 오래 품는 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소년 예수는 그 둘 사이에서, 친구들이 맡긴 동물들을 돌보는 소임을 묵묵히 이어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소문이 마을을 흔들었습니다. 창고 쪽에서 곡식이 사라졌고, 밤이 되자 누군가가 붙잡혔습니다. 붙잡힌 이는 소년의 깊은 친구는 아니었지만, 사건은 곧 마을 전체의 불안을 건드렸습니다. 아버지들과 장로들은 모여 낮게 속삭였고, 밤새 사람들은 각자의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회당 문 앞에 장로의 선언이 붙었고 규범의 칼날은 의외로 빠르게 내려왔습니다. 소년 예수는 언덕 위에서 떼를 몰며 그 광경을 지켜보았습니다. 누군가의 억울한 표정이 그의 가슴에 박혔고, 떼의 무심한 평온과 사람들의 단호함 사이에서 불협화음 같은 질문이 일어났습니다.

그 사건은 그의 세계를 천천히 갉아먹었습니다. 들판에서는 약한 이를 가차 없이 내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무리는 아픈 이를 가운데에 밀어 넣어 보호했습니다. 사람들의 세계는 때로 반대로 보였습니다. 규범은 질서를 말했지만, 그 질서가 인간의 미세한 고통을 보지 못하게 할 때가 있었습니다. 소년 예수는 그 차이를 자주 떠올리며 스스로 묻곤 했습니다. “우리가 따르는 규범은 정말 사람들을 살리는가, 아니면 더 큰 질서를 위해 몇을 희생시키는가?”

어느 오후, 그는 양치기 노래를 불렀습니다. 노래는 짧고 단순했지만, 태양 아래에서 울릴 때 오래된 주문처럼 들렸습니다.

노랫말 속에는 산과 강과 하늘의 이름들이 들어 있었고, 친구들은 화음을 맡아 풀밭 위로 목소리를 흘렸습니다. 노래를 부르며 그는 자신이 알게 된 것들을 입 밖으로 꺼내 보였습니다. “왜 우리는 그렇게 하는 걸까?” 처음에는 친구들이 농담으로 응수했지만, 야엘은 조용히 말했습니다. “우리는 배운 대로 살 뿐이야. 누군가가 알려줬지.” 미카는 혀를 찼습니다. “누가 알려줬지? 천? 장로?” 그의 목소리에는 반항의 기운과 함께 웃음과 두려움이 섞여 있었습니다.

해 질 녘, 소년 예수는 양과 염소들을 집으로 몰며 오래된 돌담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돌담과 들판이 만나는 지점에서 잠깐 멈춰 무리를 살폈습니다. 어스름 속 양의 눈동자가 반짝이고 풀 끝은 은빛을 띠었습니다. 그 순간 그는 마음속으로 한 문장을 되뇌었습니다. 나는 나로 살고 있습니까?’ 그 질문은 들판의 공기에도, 동물들의 숨결에도, 친구들의 장난에도 계속 울려 퍼졌습니다.

밤이 되면 그는 친구가 곡식을 훔쳤다 발각되었을 때 울면서 했던 말을 떠올렸습니다. “배가 고팠다.”라는 그 말은 짧았으되 가슴 깊이 파고들었습니다. 자연은 굶주림 앞에서 무심했고, 사람의 사회는 말이 많았습니다. 판결과 이유와 규범과 해석이 난무했습니다. 소년 예수는 그사이를 오가며 마음의 진동을 느꼈습니다. 그는 동물들을 돌보는 일이 단지 기술이 아니라 선택임을 알게 되었고, 그 선택이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자연 사이의 간 극을 메울 수 있다는 생각을 품었습니다.

어느 고요한 밤, 바람이 들판의 풀을 쓰다듬고 멀리 개 짖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렸습니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깊이 들이쉬었습니다. 숨이 몸을 채울 때마다 한 가지가 또렷해졌습니다. 양과 염소들은 본능대로 움직였고, 사람들은 그것을 보며 규범을 만들었지만, 최종 선택은 각자의 몫이었습니다. 그는 그 몫을 어떻게 쓸 것인지 생각했습니다. 그 질문은 아직 말로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들판의 공기 속에서 조용히 자리 잡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친구들과 작은 모험을 계획했습니다. 절벽 쪽 오래된 동굴을 보러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모험은 단순한 도피처럼 보였지만, 그는 그 속에서 다른 기운을 찾고자 했습니다. 들판을 가로질러 가는 동안 때때로 멈춰 서서 친구들이 맡긴 떼의 패턴을 읽었고, 친구들은 그를 따라 웃었습니다. 그의 웃음은 가볍지 않았습니다. 어딘가 묵직한 질문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습니다.

양치기가 그에게 준 첫 교훈은 명확했습니다. 자연은 직설적이고 거짓이 없었습니다. 사람의 세계는 달랐습니다. 말이 많고 이유가 많으며 때로는 얼굴을 숨겼습니다. 들판에서의 하루는 그 이중성을 체득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는 친구의 양과 염소, 그리고 그들을 맡긴 이웃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만의 길을 더듬었습니다. 그 길의 끝에는 더 먼 여행과 더 많은 목소리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습니다.

계절이 지날수록 그는 한 뼘쯤 더 자란 듯했습니다. 발자국은 잔잔히 땅에 새겨졌고, 들판의 모습은 변함없었으나 그의 질문은 깊어졌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선택을 묻는 물음이 되었고, 그는 그 질문을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