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없다 

우리는 삶을 향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나는 누구인가, 왜 사는가, 어디로 가는가. 그 물음의 저편에는 항상 ‘죽음’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그러나 진정 중요한 물음은 이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내 삶의 주인인가? 이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죽음조차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낸 자에게는 그 삶이 곧 영원한 것이며, 그가 경험한 인식과 사유는 우주 어딘가에서 지워지지 않고 머무르기 때문이다.

삶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선택의 자유를 누린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방향과 의미를 스스로 정의하고 수용하며 책임지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나는 나의 기쁨을 선택하고, 슬픔의 깊이를 받아들이며, 고통의 순간에도 의미를 창조하려 한다.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의 기준이 아니라, 내면의 목소리로 나를 이끌어가는 삶. 그 안에서 우리는 자주 외롭지만, 가장 진실하다. 그리고 그 진실한 주체성 안에서 우리는 진정한 행복에 닿는다.

행복은 외부에서 주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스스로의 내면에서 피어나는 확신과 이해, 수용과 사랑의 감각이다.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명료히 알게 될 때,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려 애쓰는 과정 자체에서 행복은 태어난다. 그래서 자기 자신이 삶의 주인인 사람은, 궁극적인 행복에 도달하는 존재다. 그는 어떤 순간에도 삶을 ‘자기 것’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이 주체적인 삶 속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수많은 아름다운 생각들과 인식들이다. 무심한 오후 햇살의 결, 사랑하는 이의 눈빛 속 떨림, 예술과 철학과 시를 통해 느끼는 세계의 깊이 — 이 모든 감각들은 찰나처럼 흘러가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인식된 것은 존재한 것이며, 존재한 것은 소멸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는 언젠가 숨을 멈출 것이다. 그러나 내가 진심으로 느끼고, 사유하고, 사랑한 것들은 단지 뇌의 전기 신호가 아니라, 우주와 접속된 인식의 흔적이다. 그것들은 어딘가에 공존하고, 나라는 존재의 일부로서 시간을 넘어선다. 한 사람이 생각한 아름다움은 또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고, 누군가가 느낀 고요한 환희는 글과 음악과 이야기로 다른 이의 영혼에 불을 붙인다. 인식은 개인을 넘어선다. 그것은 공유되고 이어지고 증폭된다. 그래서 우리가 정말로 삶을 인식한 적이 있다면, 그 삶은 사라지지 않는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몸의 기능이 정지하는 물리적 사건일지 모르지만, 삶의 본질은 육체가 아니다. 삶은 인식이고, 감각이며, 사유다.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순간, 나는 우주에 흔적을 남긴다. 그리고 그 흔적은, 존재의 기록으로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 죽음은 없다. 있다 하더라도, 삶의 아름다움을 인식한 자에게는 아무 힘도 없는 그림자일 뿐이다.

삶은 유한하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발견한 진실은 무한의 파장으로 퍼진다. 진정으로 ‘산’ 사람은 이 세상을 떠난다 해도, 그 사람이 남긴 자취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다른 사람의 삶 안에서 다시 피어나고, 언어와 기억과 감동으로 재생된다.

그러므로 죽음은 없다. 자기 자신을 주체적으로 살아낸 존재, 삶을 꿰뚫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인식의 빛을 피워낸 존재에게, 죽음은 끝이 아니다. 그것은 또 다른 형태의 존재 방식, 혹은 흔적이 되어 머무는 영원의 기입일 뿐이다. 나는 지금 나를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존재하며, 존재하는 한 나의 삶은 죽음조차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