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생각하는 그 순간 그는 자기 자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말은 얼핏 들으면 위험하다. 생각하지 말라니. 이건 권력자들이 늘 써오던 문장처럼 들린다. “고민하지 마. 시키는 대로 해.” 그러나 내가 이 말을 붙잡고 다시 들여다보는 이유는, 그것이 순종을 강요하는 명령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 — ‘너는 지금 어디에 있니?’라는 질문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생각한다고 믿는다. 나는 판단하고, 비교하고, 선택한다. 그래서 이것이 나의 의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우리가 ‘생각’이라고 부르는 것의 속을 열어보면 거기에는 이상하게도 나의 목소리보다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더 크게 깃들어 있다.

어릴 때부터 들은 말들이 있다. “그건 예의가 아니야.” “그렇게 살면 성공 못 해.” “이런 얼굴이 예쁘다.” “이런 직업이 안정적이다.” “이 나이에 이 정도는 해야지.” 우리는 그것을 하나하나 외부에서 전달받는다. 교실에서 선생님이 준 기준, 집에서 부모가 준 기준, 회사에서 상사가 준 기준, 사회가 집단적으로 합의한 기준. 그 기준은 단순히 ‘사실’로만 머무르지 않는다. 더 깊게, 더 은밀하게 들어온다. 내 안으로 들어와서 자리 잡는다.

시간이 지나면 그 기준은 더 이상 ‘남의 말’처럼 들리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 기준이 내 속에서 내 목소리를 흉내내기 시작한다. “너 이대로 괜찮다고 생각해?” “너 수준이 이것밖에 안 돼?” “그렇게 살면 너만 손해야.” 이 목소리를 우리는 ‘양심’, ‘책임감’, ‘현실 감각’, ‘자기 관리’ 같은 이름으로 불러준다. 스스로를 단속하는 목소리니까 좋은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것이 정말 ‘나’인가?

생각하게 하는 기준은 어디서 왔는가. 내가 나 스스로의 필요에서 만든 원칙인가, 아니면 살아남기 위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타인의 규격인가.

우리는 흔히 “나는 이렇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문장을 자세히 보면, 그 안에도 이미 외부의 그림이 들어 있다.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말은 사실 “돈이 충분하고 시간적 통제가 가능한 나”를 전제로 한다. 이것은 중립적 욕망이 아니다. 이것은 자본주의가 ‘여유’를 구매 가능한 상태로 정의해놓은 결과를 그대로 받아 적은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사랑받고 싶다”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사랑받는다는 것은 어떤 표준화된 방식의 애정과 안정과 인정이 나에게 주어지는 상태라고 상상된다. 그리고 그 상상은 대부분 드라마, 노래 가사, 광고 속 친밀함의 장면들로부터 빌려온 것이다. 심지어 개인적이고 가장 사적인 것이라고 여겨지는 외로움마저도, 외부에서 가져온 모델을 기준 삼아 정의된다.

그렇다면, 내가 생각한다고 부르는 이 활동은 정말로 ‘나의 활동’이라 할 수 있는가? 아니면 나는 이미 사회적으로 제작된 사고 구조 안에서 단지 연산을 수행하고 있는 것일까?

이 지점에서 “사람은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문장은 새로운 얼굴을 갖는다. 이 말은 ‘생각을 하지 말라’가 아니라 ‘그 생각을 의심하라’에 더 가깝다. 내가 나를 향해 휘두르는 그 차가운 기준이 정말 나의 것이 맞는지, 그걸 묻는 말이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자기 관리’를 스스로의 도덕으로 여긴다. 더 나아지지 않으면 게으른 사람, 만족하면 성장이 멈춘 사람, 쉬면 뒤처지는 사람. 그런데 이 도덕은 이상하다. 왜 나는 이렇게 나에게 쉬지 말라고 명령할까? 왜 나는 나를 늘 감시자의 시선으로 바라볼까? 그 감시자는 누구인가? 그 감시자는 나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나를 통해 작동하는 사회일 수도 있다. 나는 이미 사회가 내 안에 주입한 목소리를 내 목소리처럼 복제해 말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생각하는 그 순간 그는 자기 자신이 아니다”라는 문장은, 이런 상태를 가리킨다. ‘나는 나를 평가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사회가 나를 평가하고 있고, 나는 그 사회의 판단을 내 입으로 대신 읽어주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흔히 “진짜 나로 살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진짜 나’라는 개념은 생각으로만 닿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생각은 너무 자주 타인의 기준을 불러오고, 그 기준으로 나를 재단하고, 나를 잘라서 맞춘다. 마치 공장에서 규격에 맞지 않는 제품을 다듬듯이. 그 과정에서 생기는 것은 개선된 자아가 아니다. 더 시장 친화적인 자아, 더 관리하기 쉬운 자아, 더 설명 가능한 자아일 뿐이다. 다시 말하면 나를 상품으로 다듬는 과정이다. 하나의 캐릭터로 포장할 수 있고, 소개할 수 있고, 투자할 수 있고, 소비할 수 있는 인간.

이 순간 나는 나일까? 아니면 유통 가능한 나일까?

우리는 어떤 순간에는 매우 ‘나답다’고 느낀다. 그 순간이 언제인지 떠올려 보면 흥미롭다. 그건 대체로 머리로 나를 통제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오히려 몸이 먼저 반응할 때, 감정이 비켜가지 않고 곧장 나올 때, 누군가와 있을 때 내가 나를 모니터링하지 않을 때, 아주 짧은 순간의 솔직함 속에서 온다. 예를 들면 이런 장면이다. 누가 부당한 말을 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지금 그 말 좀 심했어요”라고 바로 말해버렸다. 말하고 나서야 ‘아, 이렇게 말하면 분위기 이상해지나’ 하는 생각이 뒤늦게 따라온다. 이상하게도 그 순간의 나는 이상하게 후련하다. 나는 그때 분명히 ‘나’였다.

반대로, 내가 스스로를 검열하고 조정하고 정제해서 “괜찮아요, 제가 이해해요”라고 말한 뒤에 집에 가서 혼자 불편해할 때, 그때의 나는 훨씬 덜 나 같다. 겉으로는 더 어른스럽고 더 사회적으로 매끄럽고 더 칭찬받을 만한 버전인데도 그렇다. 왜일까? 그건 두 번째 장면에서 내가 한 말은 ‘정말 나의 말’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만한 답안을 빠르게 계산해 꺼낸 문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건 생각이 만들어낸 결과다. 생각은 매너를 주었지만 동시에 나를 조금씩 지워버렸다. 그 순간 나는, 깔끔하지만 비어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생각하지 말아야’ 할까? 여기서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생각을 완전히 버리자는 말은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고, 사실 바람직하지도 않다. 우리는 위험을 피하려면 생각이 필요하고, 타인과 살아가려면 조정과 배려도 필요하다. 문제는 생각 그 자체가 아니라, ‘내가 곧바로 따라버리는 생각의 기준’이다. 다시 말해, “이건 옳고 저건 틀려”라고 선언하는 그 목소리가 누구의 목소리인지 확인하는 일이다.

이 질문은 단순한 자존감 회복 노하우가 아니다. 정체성의 회수다. 내 삶의 주권을 다시 가져오는 일이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그걸 느끼는 쪽으로 몸을 되돌려놓는 절차다. 만족, 편안함, 기쁨, 충만함 같은 감각은 생각보다 더 느리고 더 둔하지만, 적어도 그것들은 비교표 위에서 나온 게 아니다. 그것들은 나의 신체와 하루에서 바로 온다. 먹고 나서 편안한지, 하고 나서 후회가 남는지, 끝나고 나서 내가 나를 미워하지 않는지. 이건 비교가 아니라 경험이다.

우리가 진짜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생각 없는 인간’이 아니다. 오히려 ‘남의 기준으로만 생각하는 인간’이다. 그건 겉으로는 아주 이성적이고 책임감 있고 성숙해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차원 — 나라는 존재의 실제감 — 을 상실한 상태다. ‘잘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로는 살지 못하는 상태.’

그래서 나는 이렇게 고쳐 말하고 싶다.

사람은 생각을 멈춰야 한다. 단, 멈춰야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재단하고 잘라내는 그 생각이다. 그 생각은 대개 네 것이 아니다. 그 생각이 입을 닫는 바로 그 순간, 비로소 너는 네가 된다.